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젊은 음악인들이 남녀 성악 부문 1위와 피아노 부문 2ㆍ3위, 바이올린 부문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 동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베이스 박종민(24ㆍ이탈리아 라스칼라아카데미극장)과 소프라노 서선영(27ㆍ독일 뒤셀도르프슈만국립음대)은 각각 남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25ㆍ독일 하노버국립음대)이 2위, 조성진(17ㆍ서울예고)이 3위에 올랐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도 이지혜(25ㆍ독일 크론베르그아카데미)가 3위를 했다. 우리 음악인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1990년(9회) 성악 부문에서 바리톤 최현수(현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이후 이번이 두번째이며 여성은 서선영이 처음이다.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인들이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 수상자를 쏟아낸 것도 처음이다. 특히 입상자들 대부분이 한국의 예고나 음대 등에서 기본 음악교육을 받았다. 2002~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문가과정까지 마친 뒤 2009년 독일로 건너간 서선영은 "너무 일찍 외국으로 나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 성숙한 뒤 외국으로 가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앞선 세대, 우리의 스승들이 훌륭한 기반을 만들어줬고 우리가 그 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세계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토종교육 찬양론'을 폈다. 그는 2010년 바르셀로나 비얀사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2009년 독일 뮌헨 ARD라디오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박종민은 "1990년 대회서 우승한 스승 최현수 교수님을 보고 콩쿠르 참가를 결심했는데 제가 그 뒤를 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꿈만 같다"며 "유럽과 세계 무대에서 열심히 활동해 나의 음악으로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제12회 스페인 '빌바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제1회 스텔라마리스 국제콩쿠르에서도 1위에 오른 촉망받는 음악인이다. 한편 박종민은 하이든ㆍ슈베르트ㆍ로시니 등의 곡으로 1차 예선과 2차 본선을 통과한 뒤 3차 결선에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이올란타' 중 레네왕의 아리오소 '하느님, 만일 내게 죄가 있다면'과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지오콘다' 중 알비세 공작의 아리아를 불러 우승을 확정 지었다. 서선영은 모차르트ㆍ차이콥스키ㆍ라흐마니노프 등의 곡으로 1ㆍ2차 장벽을 넘고 결선에서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중 아리아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타티야나의 편지 장면' 등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 손열음이 완벽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열적 연주로 1,000여 청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2위의 영예와 함께 쉐드린 에튜드 특별상,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특별상까지 받았다. 결선에서 역시 같은 곡을 연주한 조성진도 17세의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하고 알찬 연주로 청중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한편 남자 성악 2위에는 몽골의 아마르투프쉰 엔흐바트가 올랐으며 3위는 나오지 않았다. 2위가 없는 여자 성악에서 3위는 러시아의 옐레나 구세바가 차지했다. 피아노 1위에 러시아의 다니일 트리포노프가, 1위가 없는 바이올린 공동 2위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도가딘과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조르만이 각각 올랐다. 1958년부터 시작돼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피아노ㆍ바이올린ㆍ첼로ㆍ성악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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