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소설을 영화화하기는 쉽지 않다. 길어야 3시간 남짓인 영화에 책이 담고 있는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마련. 영화가 담아낸 것보다 빠뜨린 장면이 더 아쉬운 팬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모자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미에서만 6,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원작 판타지 시리즈물 '헝거게임'이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하며 택한 전략은 그런 의미에서 얼핏 현명했다는 생각도 든다. '헝거게임 : 모킹제이(사진)'는 약 400페이지 분량의 원작 소설에서 절반만을 영화에 담았다. 넉넉한 러닝타임을 가지게 된 영화는 원작의 핵심 줄거리를 충분히 묘사하는 것은 물론 짧게 서술하고 지나쳤던 장면까지도 더 풍성한 질감으로 완성해 냈다. 덕분에 영화적 재미를 느낄 법한 장면이 여럿 탄생했는데, 특히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매달린 남자'를 노래하는 모습은 시리즈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이야기나 분위기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스토리를 잠시 복기해보자. 시리즈의 배경은 독재국가 '판엠'이 12개 구역의 식민지를 지배하는 미래로, 독재자는 매년 각 구역에서 총 스물네 명의 소년소녀를 뽑아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게 하는 '헝거게임'을 개최한다. 독특한 점은 게임의 모든 과정이 TV를 통해 24시간 생중계된다는 것이다. 독재자는 이 방송을 각 구역 간의 갈등과 지배자에 대한 공포를 키우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앞서 개봉한 1·2편은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된 캣니스의 생존기가 중심 주제였다. 참가자들 간에 벌어지는 액션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등 '영어덜트 장르' 특유의 판타지가 담뿍 담겼었다. 그러나 3편 모킹제이의 주제는 '혁명'이다. 두 번의 생존게임을 통해 식민 구역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캣니스가 진정한 혁명의 상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갈등과 혁명군을 결집하기 위한 미디어전(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둘로 쪼갠 탓에 진짜 혁명은 내년 개봉할 최종편에서나 만날 수 있다. 좀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한 편의 영화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쉽다. 물론 팬들은 캣니스와의 작별이 1년 더 유예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마워할 것 같기도 하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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