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무선통신 기술에 초점을 맞춘 기존 소송전략부터 겸허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삼성은 지난해 애플의 디자인 특허공세에 대대적 반격을 선언하면서 주무기를 통신기술 특허로 삼았다. 통신기술 특허는 애플도 피해갈 수 없어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될 거라고 삼성은 장담했다. 이런 판단 자체에 어떤 오류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삼성의 무선통신 기술은 세계적으로 확산된 표준기술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삼성은 권한만큼이나 제약을 받게 돼 있다. 표준특허권자는 일정한 사용료를 내는 누구에게나 특허기술을 '공정하면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같은 표준특허 정신을 중시해 최근 독일 등 개별국가의 법원들이 삼성의 대애플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잇따라 EU 집행위가 삼성전자의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명분도 거기에 있다. 삼성전자가 표준특허권을 남용해 시장경쟁을 왜곡해온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반삼성 기류를 보면서 우리는 삼성이 통신기술ㆍ표준특허 중심의 소송전략을 너무 과신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삼성과 달리 애플은 난해하면서도 표준화가 돼버린 통신기술이 아니라 일반인도 구별할 수 있는 디자인 등 고유특허 중심으로 소송전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표준특허와 함께 고유특허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러면 소송영역도 사용자환경(UI), 애플 생태계(앱스토어ㆍ아이클라우드) 등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 지난해 6월 노키아는 애플과의 2년여에 걸친 특허전쟁에서 승리했다. 양사 합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키아는 소송에서 고유특허와 표준특허를 적절히 배합해 승리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토로라 역시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승리를 얻어내는 등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잘해나가고 있다.
삼성이 이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과 일반폰 시장에서 세계 최고에 오른 만큼 특허소송 영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전략과 전술로서 개가를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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