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햄버거체인인 버거킹이 캐나다의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팀호턴을 인수해 캐나다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다. 제약업계에서 불고 있는 조세회피용 인수합병(M&A) 바람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버거킹과 팀호턴은 2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 양사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다. 아직 거래가 공식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총괄하기로 했다. 다만 버거킹과 팀호턴은 각기 다른 브랜드로 남는다. 시가총액이 각각 95억5,000만달러, 83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버거킹과 팀호턴이 합치면 100여개 국가에 1만8,000여곳의 점포를 둔 세계 3위 패스트푸드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버거킹이 캐나다로 떠난다는 소식에 미국 내에서는 세금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의 기업을 사들여 본사를 옮기는, 이른바 세금도치(tax inversion)라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연방과 주 정부 세율을 합쳐 40%에 달하지만 캐나다는 지역에 따라 25~31% 수준이다.
특히 일반인에게 친숙한 버거킹의 본사 이전은 애브비·화이자 등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세금도치 사례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 매체 포춘은 "버거킹 합병 소식이 주는 충격은 (제약사와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미 의회의 강력한 규제를 한층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미 정치권은 세금도치 척결을 거듭 다짐하며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포춘은 맥도날드가 애국심에 호소해 라이벌인 버거킹을 공격하는 마케팅에 이번 인수건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버거킹의 팀호턴 인수를 조세회피 목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버거킹이 미국에서 적용받는 실질세율은 27% 정도라서 캐나다로 옮긴다 해도 절세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본사를 옮기는 진짜 이유는 '미국 기업이 캐나다 국민 브랜드를 빼앗아간다'는 인상을 지워 캐나다 정부의 합병승인을 받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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