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ㆍ취약계층에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뿐 아니라 소액의 예금과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을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라 한다. 주로 후진국 내 금융 서비스가 소외된 빈곤ㆍ취약계층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개발 어젠다로 비중 있게 다뤄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 들어 서민단체의 '풀뿌리 운동'으로 자생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있었지만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금융권의 휴면예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정부 주도로 바뀌게 됐다. 한국판 마이크로파이낸스라 할 수 있는 '미소금융'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최근 복지사업자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14일 2주년 기념행사가 취소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소금융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들리고 있다. 대출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미소금융에 미소(微笑)가 없다는 불평이 들린다. 한편으로는 대출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부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대출의 상당 부분이 차량을 담보로 이뤄져 무담보 신용대출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미소금융이 기존의 금융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신용도 위주의 금융관행에서 탈피해 저소득층의 생활방식과 소비성향, 재활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출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소액신용대출과 함께 소액예금과 보험 등 다른 금융 서비스와 기술교육 등 비금융적 지원을 같이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들리는 복지사업자의 선정 및 자금 지원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자칫 기존 시민 단체의 '풀뿌리 운동'에 불신과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으로는 은행과 대기업이 미소금융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시민단체에 대한 후원이 끊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은행과 대기업이 참여하는 미소금융과 기존의 시민단체가 운용해온 마이크로크레디트가 함께 조화롭게 발전해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07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따른 이자수입에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하는 세법 개정을 한 적이 있는 필자는 세계은행에 있을 때 후진국의 빈곤가구가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해 자활에 성공한 이야기들을 들은 바 있다. 이제는 우리 미소금융도 감동의 이야기와 함께 '미소'가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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