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쉐보레 유럽 시장 철수, 비핵심자산 매각 등 굵직한 경영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내년 1월 취임할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춰 새판을 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GM은 지난해부터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자동차 업체 푸조시트로엥 지분 7% 전량을 최대 3억3,600만달러에 매각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룸버그는 "GM이 푸조와의 협업을 통한 생산비용 절감효과가 당초 목표의 40%에 불과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사업도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GM은 자체 자동차대출 사업체인 앨리파이낸셜 지분 8.5%도 9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댄 애먼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핵심자산에서 현금이 풀리게 돼 GM의 금융 유연성도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GM은 이를 통해 이번 분기에 약 5억달러의 자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써 GM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5일), 사상 첫 여성 CEO 발탁(10일), 호주 공장 폐쇄(11일) 등 굵직굵직한 경영상의 결정을 불과 일주일 사이에 쏟아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내년 1월 사상 첫 여성 CEO로 취임하는 바라가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동향에 맞춰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GM이 최근 정리한 사업은 모두 막대한 손실을 내는 것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4분기 GM 국제영업 부문의 세전이익은 호주에서의 손실로 전년동기보다 61%나 급감한 2억9,900만달러에 그쳤다. GM은 1990년대부터 유럽 영업부문에서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둬왔다.
내년부터 바라 CEO 하의 GM은 미국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가 11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자동차 시장이 회복하고 있고 셰일혁명 등으로 미국 내 생산여건도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는 "최근 파산한 디트로이트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어 GM이 해외 생산과 국내 생산의 균형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흥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지난주 쉐보레의 유럽 시장 철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성명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GM의 인도네시아법인장인 마이클 듀네도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자동차 붐이 일어날 곳"이라며 "현재는 일본 자동차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GM이 이런 기조를 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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