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20일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정원 대공수사팀 과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김 과장 등은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항소심에서 중국동포 협력자에게 부탁해 중국 공안당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하고 위조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선양영사확인서 등 추가로 4개의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으로서 더 엄격한 책무를 지니고 대공수사에 임해야 함에도 유씨의 항소심에서 5개의 위조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그 죄책이 극히 불량하다"며 "국가의 사법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재외공관이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확인서를 작성해주는 것은 관행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대공수사 관행에 문제점이 많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일 뿐"이라며 "반드시 시정돼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위에서 하는 나쁜 짓을 아래에 사용하지 말 것이며 아래에서 하는 나쁜 짓을 위에 사용하지 말 것"이라고 시작하는 대학의 혈구지도편을 인용하면서 "김 과장 등은 이번 재판을 받으면서 법치국가, 자유민주국가가 유지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적어도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을 것"이라며 "김 과장 등이 이 재판에서 심판 받기를 원했던 것처럼 피고 손에 의해 심판 받은 사람도 도의가 구현되기를 원했으며 이것이 자유 대한민국을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의 형량은 1심보다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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