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들의 권리금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50일이 지나면서 이를 피해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할 때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조항을 요구하거나 세입자가 스스로 계약 갱신을 포기하도록 임대료를 매년 법정 상한선(9%)까지 올리려는 경우도 있다.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특약조항 추가 요구=1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상권의 상가권리금 법제화 시행 이후 현장 분위기를 조사해본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권리금 보호 법안은 지난 5월1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과 특약조항이다.
제소 전 화해조서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판 이전에 조서 내용대로 화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어기면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거치지 않고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어 세입자가 권리금과 투자비 등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
상가 임대차계약서 작성시 특약조항을 추가로 넣으려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동교동 D 공인 관계자는 "눈치 빠른 임대인들 위주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넣어달라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법정 상한선까지 임대료 인상도=환산보증금에 상관없이 5년간의 임차권이 보장되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는 임대료를 매년 상한선인 9%까지 올리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권리금을 포기하고 가게를 비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태원 H 공인 관계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는 임대인들의 문의가 자주 오는데 그때마다 매년 상가임대료를 법정 상한선까지 올리라고 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환산보증금이 4억원을 넘어서는 점포의 경우 임대료 인상 상한선조차 없어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면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권리금 산정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낡은 단독주택을 근린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비용의 일부가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 비용이 권리금에 포함될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마포구 합정동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김모(37)씨는 "리모델링한 상가다 보니 명목상의 권리금은 없었지만 임대료 외에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을 냈는데 나중에 이를 권리금으로 포함시키려고 할 때 인정되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