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쇠고기 수출국인 호주ㆍ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비공식 접촉을 재개했다. 우리 측의 필요성도 있지만 호주 등이 "쇠고기 수출을 늘리겠다"며 FTA 협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4~25일 호주와 비공개 FTA 수석대표 회의를 열었다. 호주와의 FTA는 쇠고기와 한국산 자동차 문제로 2010년 5월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협상 재개를 위해 호주와 수석대표 회의를 다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캐나다와도 FTA 협상재개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캐나다와 FTA 협상재개를 위한 '스탁테이킹(현황점검)'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스티븐 하퍼 총리와 연내에 한ㆍ캐나다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캐나다와의 FTA의 경우 2008년 하반기 협상이 중단될 때까지 전체 농산물 1,451개 품목 중 1,425개(98.2%)의 개방일정에 대해 합의했고 쇠고기 등 민감한 일부 품목에서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쇠고기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라도 FTA 타결이 가능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뉴질랜드와도 FTA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며 "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는 모두 쇠고기 문제 때문에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곳들인데 협상을 재개하게 되면 결국 쇠고기 관세철폐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는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FTA로 관세율을 낮출 수 있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사실상 쇠고기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호주와 캐나다 등이 우리나라와의 FTA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올해부터 매년 2.7%씩 15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쇠고기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단번에 쇠고기 시장을 추가로 열게 되면 국내 축산농가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과 국민 후생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맞선다.
정부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쇠고기 관세 인하를 하게 되면 값싼 수입 쇠고기가 많이 들어와 한우 소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쇠고기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며 "값싼 수입산과 비싸지만 맛이 좋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산이 경쟁하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