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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퍼거슨 교수는 전날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에서 열린 한 투자회의에서 케인스 이론에 대한 질문에 "그의 경제철학은 그가 동성애자이고 자식도 없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비난했다. 퍼거슨 교수는 이어 케인스가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어 미래세대에 무관심하고 그의 세계관은 이기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청중 500여명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일부 참석자는 회의 후 그의 발언이 공격적이라고 평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날 발언은 케인스와 미국의 대표적 긴축주의자인 퍼거슨 사이의 이론적 간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인스는 경기침체 극복에는 정부지출 확대가 우선이라고 강조한 반면 퍼거슨 교수는 정부의 즉각적 긴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 2009년 정부지출 확대를 주장한 폴 크루그먼 MIT 교수와도 한바탕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폄하한 퍼거슨 교수의 발언은 각계의 비난여론과 함께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의 발언이 "저급한 설전이며 퍼거슨 교수의 평판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하며 "생각이 다른 경제학자의 주장을 연구가 아닌 개인사와 연관 지은 엽기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투자전문지 기자는 "퍼거슨의 세계관에서는 자식이 없거나 동성애자라면 사회와 미래세대에 관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퍼거슨 교수는 처음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부했으나 파문이 확산되자 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비하발언을 사과했다. 그는 자신이 "멍청하고 무신경했다"며 "케인스의 경제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케인스의 성 정체성은 절대 상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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