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빌려 탈 수 있는 전기차 종류가 올해 말부터 대폭 늘어난다. 아직까지는 기아차의 '레이 EV'만 빌릴 수 있는데다 인프라가 부족해 당일 렌트 위주로 이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한 번 충전에 최대 200km를 주행하는 BMW, 한국지엠의 전기차를 일반 차량의 반값 수준으로 빌려 탈 수 있게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전기차 셰어링 업체인 에버온과 전기차인 'i3'의 공급을 논의 중이다. i3는 BMW 그룹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기차 양산 모델로, 올해 하반기 유럽 시장에 이어 내년 5월에는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에버온이 i3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24시간 무인 운영되는 에버온의 '씨티존'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30분 단위로 i3를 빌려 탈 수 있게 된다. KT금호렌터카 역시 BMW와 i3 도입을 협의 중이다.
또 한국지엠이 최근 출시한 '스파크 EV'도 카셰어링 업체에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 달 27일 열린 스파크 EV의 신차발표회에는 KT금호렌터카 등 렌터카, 카셰어링 업체들도 참석했다.
이밖에 10월께 국내 판매가 시작될 르노삼성의 'SM Z.E'도 에버온 등의 카셰어링 서비스로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서울ㆍ제주ㆍ대전ㆍ광주 등 전기차 보급 선도를 위해 지정된 10대 도시, 카셰어링 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에버온 외에 KT금호렌터카, AJ렌터카 등이 있다.
전기차 셰어링이 가능한 차종이 늘어나면 저렴한 이용료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에버온이 운영하는 전기차 셰어링 브랜드 '씨티카'의 경우 레이 EV를 30분에 4,500원, 하루(24시간ㆍ주중 기준) 4만5,500원에 빌려준다. 기존 일반차량 렌트비(소형차 기준 10만원)의 반값이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무료 충전이 가능해 추가 유류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새로 출시될 전기차들이 한 번 충전으로 200km까지 주행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장점도 있다. 레이 EV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91km밖에 주행하지 못해 가까운 거리만 이용 가능했다. 다만 전기차 충전소가 국내 1,00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 그나마 각각 충전 방식이 다르다는 점 등은 여전한 한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아직까지 보급 초기 단계인 데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일반인이 정부 보조금 없이는 선뜻 구입하기 힘들다"며 "카셰어링, 렌터카 업체를 위주로 이용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대수는 1,200여대다. 정부에서 전기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공공기관ㆍ산업용 구매에만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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