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87·사진) 전 주한 미국대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경우 훌륭한 대통령이 될 능력이 있다고 보지만 현재 대북정책을 볼 때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23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캐슬린 문 한국석좌와 진행한 대담에서 "내가 경험한 한국 대통령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위대하다고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네 번째가 될 수 있지만 대북정책을 볼 때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북한 방문을 추진하려다가 2·29합의 파기로 무산됐다"며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증언했다. 그레그 전 대사에 따르면 당시 뉴욕에서 열린 북미 간의 트랙 1.5(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한 케리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국장에게 "우리에게는 영원한 적이 없다"면서 곧 방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국장은 회의에서 "만일 미국이 평화협정을 통해 안전보장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나는 북한 당국자로부터 일찍이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당시 회의는 내가 경험한 북미 접촉 가운데 가장 충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에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것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존해 있을 당시 바이든 부통령에게 김정은을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차원에서 미국에 초청할 것을 제의했다"며 "김정은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가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미국 방문이라는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2002년 이후 여섯 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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