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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직면한 중국, 저성장 늪 빠지나

동북 3省, 청년층 유출·산업기반 붕괴… 유령도시 속출

철강·석탄 등 과잉투자·생산, 성장 둔화로 타격… 잇단 폐업

소비 급감·출산 저하 악순환

"노동인구 감소·인건비 껑충"… 제조사들, 잇따라 떠날 채비

두자녀 정책도 성공 불투명


중국 동북 지역의 거점 도시중 하나인 지린성 장춘에서 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더후이시. 이 곳은 지난 2013년 바오위안 가금류 회사의 화재사고로 유명세를 탔던 도시이기도 하다. 더후이시는 농촌도시지만 2010년 이후 육류 가공공장들이 들어서며 공업도시 못지않게 활기를 띠었지만 번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금류 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지난해부터 공장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이주도 뚝 끊겼다. 한때 대형마트까지 들어섰던 더후이 외곽의 아파트 단지는 유령도시로 변한 상태다.

중국 동북 3성에는 더후이시처럼 급격한 인구 감소가 낳은 유령도시들이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의 출산율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1% 아래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이 이 지역을 떠나면서 생산과 소비 모두 급감했다. 베이징청년보는 "동북 3성의 인구위기는 중국의 미래에 경고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6일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찾은 것도 인구유출, 산업기반 붕괴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 만능주의가 낳은 동북 3성 위기= 인구 위기의 원인이 된 동북 3성의 경제 둔화를 초래한 것은 정부의 성장 만능주의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고속 성장한 이 지역은 곧 과잉투자에 따른 과잉생산의 늪에 빠졌다. 성장 속도에 집착한 나머지 철강, 석탄, 전력,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투자가 과도하게 쏠렸고, 최근의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국면에 진입하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헤이룽장성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6%로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 최하위권이었고 랴오닝성은 5.8%에 그쳐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성장률은 5% 초반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저성장에 따른 경제 낙후화는 청년층의 유출과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청년층 유출을 겪고 있는 중서부 지역과 비교해도 동북 3성의 출산율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베이징청년보는 "중서부 지역은 자체적으로 성장 모델을 찾고 있는데 반해 동북 3성은 성장 모델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구 유인책이 없다 보니 유입은 없고 유출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둔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고령화가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미래 리스크는 인구 감소=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 등 동북 3성의 인구위기는 경제둔화가 가져올 중국의 미래 위기상황을 앞서 보여준다고 중국 매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노동인구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인구 저성장 국가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노동가능 인구는 9억 1,580만명으로 전년대비 371만명 감소했다. 노동인구 감소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진출했던 제조업체들은 더 싼 인건비를 찾아 하나 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애플의 OEM 업체인 팍스콘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초고령화로 2035년에는 노동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경제 성장세도 심각하게 둔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중국의 성장률이 6~7%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노동인구 감소는 중국의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중국 경제전문매체인 차이신은 중국 정부가 경제회복의 기반으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소비시장의 회복이 더딘 이유도 노동인구가 줄어들며 소비의 주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류쉬에 베이징대 교수는 "인구의 감소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에도 영향을 줘 중국 경제를 저성장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인구정책이 신창타이(뉴노멀)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 정책 성공할까= 장차 닥쳐 올 인구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현재 시범 실시 중인 '두 자녀 정책'을 향후 1~2년 내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당국은 지난 2013년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외동이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한 '단독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하며 인구위기에 대비한 정책 방향을 고민할 시간을 벌어 둔 상태다. 이 정책 시행으로 2013년 신생아는 47만명 증가했다.

그러나 두 자녀 정책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베이징대의 조사 결과 단독 두자녀에 해당하는 1,100만쌍의 부부 가운데 70%는 출산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입과 주택,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출산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이들 부부 중 두 자녀 출산을 신청한 부부는 10%에도 못 미쳤다. 경제가 살아나고 정부가 적극적인 출산지원책을 펴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제 출산을 조장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메이즈창 산시성 정협위원은 지난 3월 산시성 정협 회의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국가가 두 자녀를 강제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허황된 국가주의 발상"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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