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부터 31개에 이르는 무허가 파견업체를 설립해 2,090개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에 불법으로 근로자를 파견해온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은 스스로를 CS그룹이라 부르며 본사와 20개 지사를 두는 등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다단계 방식을 통해 단기간에 업계 최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특히 무허가 파견업체의 폐업과 신규설립을 반복하면서 바지사장 등을 내세워 세금 납부를 회피, 수십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 CS그룹은 관련 불법행태의 원조격 업체로 많은 아웃소싱업체가 벤치마킹해온 만큼 이번 수사를 계기로 동종업체의 불법적 행태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고용노동부ㆍ국세청과 합동수사를 통해 경기ㆍ충청 일대에 20개 지사와 31개 업체를 둔 전국 최대 불법 근로자파견조직인 CS그룹의 회장 서모(49)씨와 핵심간부 등 4명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경리업무 담당 송모(36)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행법상 근로자 파견은 대통령령이 정한 32개 업종만 가능하고 제조업체의 직접생산 공정에는 원칙적으로 파견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제조업체 직접생산 공정에 형식상 도급 계약서를 작성, 사내하도급으로 위장하는 형태로 불법파견을 일삼아왔다. 파견과 도급의 중요한 구별기준은 근로자 지휘감독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여부로 CS그룹은 사용사업주에게 지휘감독권을 부여함으로 파견법을 위반했고 파견업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도 213개 업체에 1,230명을 파견하고 있는 상태이며 2005년 이후 파견된 업체 수는 모두 2,090개에 달할 정도다. 특히 이들은 구조조정이 쉽고 노조 설립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조업체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현재 제조업체에서는 불법파견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 휴대폰 제조업체의 경우 일부 관리직만 정규직으로 두고 3개 공장 생산직원 885명 전원을 파견근로자로 고용했을 정도다. 고용부는 CS그룹과 같은 불법 아웃소싱 업체가 평택에 250개, 천안에 500개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S그룹은 폐업과 법인 신설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았고 본사 직원들 일부는 불법적으로 실업급여도 타냈다.
바지사장을 명의상 대표로 두고 사용사업주로부터 받은 부가세 중 30~40%만 납부해 체납처분을 피한 후 수개월 후 폐업하는 방식으로 나머지 부가가치세 60~70%를 포탈했다. 이후 다시 법인을 새로 만들어 폐업 법인 근로자의 소속을 옮긴 후 사용사업주와 형식상의 도급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폐업할 경우 과점주주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 비율을 4대3대3으로 구성해 1인 지분이 51%를 넘지 않도록 했다. 조세체납 등으로 바지사장이 고발될 경우 CS그룹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지시하고 20개월 동안 월 100만원씩 지급했다.
CS그룹은 이 같은 방식으로 5년간 20개 업체를 순차적으로 폐업하고 신설하는 과정에서 32억원을 챙겼다.
CS그룹은 승진 체계와 조직확장에 다단계 방식을 도입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CS그룹은 본사와 20개의 지사를 두고 지사나 파견근로자 수를 늘리면 실적에 따라 '팀장→지사장→지부장→본부장'순으로 직급과 급여를 올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는 23일 대법원의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판결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고용부의 직접고용명령을 통해 다수 파견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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