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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 닷새째를 맞는 3일 오후 7시40분경(현지시간). 카오룽반도 몽콕 거리는 예상치 못한 우발적인 충돌로 한때 긴장감이 고조됐다. 50대 중반의 남성이 시위대에게 “쓸모 없는 젊은이들”이란 말을 시작으로 한 학생과 말씨름을 하던 도중 갑자기 학생을 밀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시위대를 향해 물병이 날아오기도 하고 시위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차량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일부 흥분한 학생들이 시위 반대 주민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시위대와 주민들을 차단 시켜 사태가 확산 되지는 않았다. 홍콩 시내 곳곳에는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상징하는 노란리본과 ‘센트럴 점령을 반대’하는 파란리본이 뒤섞였다.
런충잉 행정장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인 학생 대표들은 이 날 새벽 성명을 통해 대화가 정치개혁을 주제로 공개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은 지난 8월말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행정장관 후보 제한 결의안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 날 밤 학생지도부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경찰이 방관하고 있다며 캐리 람 정무사장과 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렁 장관이 사퇴를 거부하며 내놓은 대화 제의가 시간 벌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 내에서도 대화가 주제로 부각 되며 렁 장관의 사퇴는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데니스 류 홍콩대 학생은 “대화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며 “그러나 대화의 주제는 완전한 보통선거와 홍콩의 민주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시위대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 배후가 있다며 대화에 진정성이 없는 만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생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선 시민들과 지도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대화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날도 시위대들은 홍콩정부청사 앞 거리를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갔다. 1일과 2일에 비해서는 시위대의 규모가 줄긴 했지만 많은 시민과 학생이 거리를 지켰다. 특히 이 날은 도로에 간이 연단을 만들어 이번 시위의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이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웡은 “이 자리를 지켜야만 우리의 요구를 관철 시킬 수 있다”며 “10년 뒤 홍콩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대화 진행과 함께 시위는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학생지도부와 시민단체 대표는 멈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민단체의 공동대표인 베니타이 홍콩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는 평화적으로 우리의 주장을 알릴 것”이라며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화도 그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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