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논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국 사회를 하나의 견고한 공동체로 묶어주기 위해 시작된 복지국가 논의가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더욱더 부추기는 모습이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선언하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에 맞서기라 하듯이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지를 둘러싼 사회 갈등의 한 단면이다.
복지를 대폭 늘려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고 대통령과 정치권이 공언하지만 원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듯하다. 어떤 복지 서비스를 얼마만큼 늘릴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으며 무엇보다 늘어난 복지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다. 여전히 대통령과 청와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증세 없이 확보된 복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국민과 납세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필요한 복지 서비스의 수준과 필요한 비용을 가감 없이 밝히고 증세를 위한 사회 대타협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극화 심화될수록 복지비용 급증
하지만 대타협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0%가 세금을 늘리더라도 복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납세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부의 세법 개정 시도가 발표한 지 하루도 안돼 좌초됐듯이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조세 저항은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복지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자신의 세금으로 복지 수준을 높이려는 데에는 반대한다는 의미이다.
세계 경제가 깊은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경제 상황이 복지 대타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복지는 경제 성장을 먹고 사는 생물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세원이 자동적으로 확대돼 세율을 높이는 증세를 하지 않더라도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복지 서비스를 확장하기가 쉽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에서 소득과 자산의 감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율 인상을 통해 주머니를 더욱 줄이려 하니 당연히 극심한 조세 저항이 유발되는 것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한국주재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 복지 시스템의 핵심이 바로 복지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만약 복지제도를 부자의 재산으로 빈자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절대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 상호부조 시스템 구축을
부자와 빈자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회일수록 강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쉽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한 사회 구성원 간의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더 강한 복지제도가 필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복지제도를 강화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가난한 사람의 복지를 위해 부자가 부담해야 될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강한 복지 시스템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면 더 많은 부자의 희생을 강요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가 더 어렵다.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보다 강한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호 부조의 복지 시스템이 분명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사회 갈등이 높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 보듯 복지국가 건설의 꿈을 성취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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