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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선두지킨 카이머

US 오픈 골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러프를 대신한 모래 황무지, 거북등처럼 볼록하고 단단한 그린…. 미국을 대표하는 골프장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CC 2번 코스(파70·7,562야드)는 여느 해 US 오픈 개최지처럼 선수들을 괴롭혔다.

단 한 명, 마르틴 카이머(30·독일)는 다른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은 카이머였다.

카이머는 16일(한국시간) 열린 제114회 US 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첫날부터 내리 선두를 달린 끝에 공동 2위 에릭 컴프턴,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1언더파)를 8타 차로 따돌린 완승이었다. 역대 US 오픈 사상 4번째로 큰 타수 차 우승이며 271타는 2011년 대회 때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콩그레셔널CC에서 적어낸 268타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타수다.

독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US 오픈에서 우승한 카이머는 2010년 PGA 챔피언십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통산 승수를 2승으로 늘렸다. 30번째 생일이 지나기 전 메이저 2승 이상을 올린 현역 선수는 매킬로이와 카이머 등 2명뿐이다. 우승상금은 162만달러(약 16억5,000만원).

카이머는 2010년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8주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draw) 구질에 맞게 스윙을 교정하다 스윙 궤도에 이상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 세계랭킹이 63위까지 떨어졌던 그는 5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US 오픈까지 제패하면서 강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이날 현재 28위인 세계랭킹은 11위로 점프하게 된다.



1·2라운드의 선전으로 3라운드 때 5타 차 선두에 오른 카이머는 추격자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16번홀(파4)에서 1타를 잃었지만 18번홀(파4)에서 5m 거리의 파 퍼트를 집어넣어 팬 서비스를 한 그는 퍼터를 놓으며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어머니의 날에는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에게 플레이어스 우승컵을 선사한 카이머는 아버지의 날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독일에 계신 아버지에게도 선물을 했다"며 기뻐했다. 분데스리가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15세 때까지 축구클럽 유소년 팀에 소속돼 있었던 그는 2005년 프로로 데뷔했다.

카이머는 가장 미국적인 US 오픈에서 유럽식 공략으로 우승을 따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린 주변에서 웨지 대신 퍼터를 주로 사용한 것. 현대 US 오픈 최초로 러프를 없앤 이번 코스 세팅에 맞춰 그린을 놓친 경우 퍼터로 볼을 굴려서 올렸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약점도 없는 게 그의 골프 특징이다.

매킬로이는 공동 23위(6오버파)에 자리했고 US 오픈에서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한 필 미컬슨(미국)은 공동 28위(7오버파)에 그쳐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을 내년으로 또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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