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고요. 이제 쉽시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수영 평영 200m에서 우승한 정다래(20∙전남수영연맹)가 기자회견에서 남긴 이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정다래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오는 2012 런던 올림픽 전망을 묻는 질문에 쉬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던 그가 이제 재충전을 끝내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물속으로 뛰어든다. 지난 11일 수영국가대표선수 소집 훈련을 위해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그는 밝은 표정이었다. "원하던 대로 푹 쉬었냐"고 물으니 그는 "조금 쉬었다"고 말했다. 조금밖에 못 쉬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자 "충분히 쉬었다"고 강조했다. 유명인사가 되면서 각종 행사와 인터뷰가 많았지만 한 달가량 쉬는 동안에는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수다 떨고 집에서 잠도 자면서 개인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그의 머리칼은 이제 곧 검은색으로 바뀐다. 그는 "머리 색깔과 성적은 상관 없는데 사람들이 '빠졌다'고 볼까 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지성 선수는 돈을 많이 버는데 박피 수술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직설적 표현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뭘 하든 잘못을 저지르면 일이 커지니까 더 많이 신경 쓰인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유명해져서 더 불편하다"는 그에게 올해는 혹독한 시기가 될 수 있다. 7월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 그는 "세계대회에서는 아직 실력이 부족한데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만약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나태해졌다고 볼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다래는 아직 세계 무대에서 한 차례도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올해 목표는 8명이 겨루는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것과 정슬기가 2009년에 세운 여자 200m 평영의 한국 신기록(2분24초20)을 새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정다래는 연신 손톱으로 주변의 소포 상자를 긁어댔다. 양손의 손톱이 많이 손상돼 있었다. 그는 "시합처럼 긴장될 때면 손가락을 깨무는 버릇이 있다"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손가락을 너무 많이 깨물었다"고 말했다. "왜 손가락을 깨물게 됐냐"고 물으니 '4차원 인어'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어릴 때 엄마가 안 고쳐놔서요." 이날 예상외로 다소 정제된 답변만 하던 그가 슬슬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평영 말고 다른 영법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엉뚱 소녀에게서 정답이 터져나왔다. "에이, 다른 건 안 되니까 평영을 하는 거죠." 주변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방송 출연은 안 할 계획이냐"고 묻자 정다래는 "솔직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며 '범상치 않은' 어린 시절의 꿈을 소개했다. "물이 무서워서 시작한 수영이 어쩌다 보니 국가대표가 됐고 또 어쩌다 보니 직업이 됐다"는 그는 "방송 나온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난 운동만 열심히하면 된다"며 기대(?)와 달리 모범적인 답변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