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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과 영합한 원전 포기 선언에 "공장 어떻게 돌리나" 업계 아우성
입력2011-08-08 16:51:22
수정
2011.08.08 16:51:22
신경립 기자
[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br>■ 창간기획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한 지 5개월이 지나 찾은 도쿄의 거리는 전과 같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적잖은 사람들이 태연하게 맞고 다닌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에 뒤덮였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하지만 조명을 반쯤 꺼놓은 지하철역이나 오후1시부터 멈추는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 어두컴컴한 신주쿠(新宿)의 밤거리는 원전사고가 남긴 전력난의 후유증을 실감하게 한다.
도쿄에서 만난 한 30대 회사원은 "여름철 절전방침 때문에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회사 건물에 아예 냉방이 되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절반은 돌아가지 않는다"며 "올 여름은 어떻게든 참아보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못살 것 같다"고 토로한다.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는 일본인들은 지난달 이래 '탈(脫)원전의존' 방침을 꾸준히 제기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답답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 5월 추가 지진 우려를 이유로 돌연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하마오카 원전 가동중단을 요청하며 원전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도 원전포기 선언으로 정치권과 산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원전사고 이후 반(反)원전 정서가 고조된 일본인들은 원전의존에서 벗어난다는 데는 정서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원전가동이 중단될 경우 일본이 직면할 전력난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중대사안을 내뱉는 행태에 실망하고 있다.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이 전면 중단될 경우 그에 따른 연료비 추가 부담은 4조엔, 3년간 국내총생산(GDP)을 1.3%포인트나 끌어내리게 된다.
특히 산업계는 대지진으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과 전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터에 원전가동마저 중단될 경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일본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전력부족으로 사업비용이 늘어나면서 재해복구는커녕 기업활동과 고용유지에 족쇄로 작용할 정도"라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난했다.
총리가 주장하는 '탈원전'은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국민정서에 영합하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간 총리가 '탈원전'을 내세워 정치생명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스가와라 다쿠(菅原琢) 도쿄대 교수는 "정치지도자가'유권자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말하면 인기가 올라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발언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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