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의 운영·관리권을 해당 지자체인 인천시가 맡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그동안 운영·관리를 맡아온 관련 기관들은 물론 해양수산부 등이 반발하는 등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2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인천항의 운영·관리 사무를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항 운영·관리를 시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운영·관리권한을 인천시가 가져오면 기존에 업무를 봐 오던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인천항만공사(IPA)도 인천시로 넘어오게 된다.
시는 오는 7월 인천발전연구원 용역을 통해 항만 관련기관의 인천시 이관과 관련한 조사와 연구 진행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인천항이 도심과 연계돼 있는 만큼 도시계획 측면에서 지자체가 운영·관리·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가에서 항만의 업무를 맡아왔지만, 정부의 투 포트 시스템(부산·광양항 중심의 항만개발정책) 등으로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특히 시는 인천항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긴급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중앙정부의 지시와 통제 아래 대응이 이뤄져 신속대응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광역자치단체가 해양·항만을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는 일부 수산부문을 제외하고는 항만에 대해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에 항만의 권리와 책임을 주는 것이 지역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가 항만을 관리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IPA는 즉각 반발했다. IPA는 해양수산부 산하로 인천항의 관리·운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곳이다. IPA측은 "항만의 관리·운영권 이관은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할 사안이며 지자체에서 왈가왈부는 월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입장은 소관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IPA는 또 "항만이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기반시설을 지자체에서 맡아 개발할 경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지자체에서 관장하면 4년마다 선거로 자치단체장이 바뀔 경우 정책의 일관성도 없어져 자칫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PA 관계자는 "항만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문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이라며 "지금도 인천시는 항만부지를 물류와는 관계가 없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데, 인천시에서 항만을 운영할 경우 국가간 무역이라는 항만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개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IPA 뿐만 아니라 인천지방해양항만청도 같은 입장이다. 항만청은 해상운송사업, 항만운영, 항만건설공사, 항만재개발, 항만시설 유지·관리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맡는 게 효율적인지, 지자체가 맡는 게 효율적인지 등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달라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세계 주요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함부르크, 미국 LA, 일본 고베 등은 지방항만체를 구축하고 있고, 런던과 뉴욕, 시드니 등은 지역항만공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옆집인 일본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지자체에서 관리·운영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들이 부채누적으로 재정악화를 보이고 있어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슈퍼중추항만'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