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에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불황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100억원대 채권 손실이 난 것과 관련해 감사를 벌여 채권담당 A차장을 결국 해고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금리 급등으로 채권 손실 규모가 100억원대에 이르자 자체 감사를 벌였고 A차장이 채권 손실이 난 것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2분기 국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자 채권 비중을 늘렸으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 시사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큰 손실을 봤다.
증권사들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을 강요받다 보니 내부통제 범위를 벗어난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태다.
이 때문에 경쟁 과정에서 탈법, 편법의 무리수가 동원된다. 가장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증권사 임직원들의 임의매매다.
증권사 임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는 유가증권을 매매할 수 없지만 해당 법규 위반은 다반사다.
지난달 한맥투자증권 직원들은 임의매매를 하다가 적발돼 1명은 정직, 1명은 감봉 조치를 받았다. 이 증권사의 한 팀이 작년 5월 투자자에게서 매매주문을 받지 않고 현물 97억원, 선물 2,705억원 등 2,802억원 상당의 금융투자상품을 임의로 매매했다가 적발됐다.
유진투자증권의 한 부서 부부장은 2005∼2007년 주식 26개 종목 약 35억원 상당의 일임매매를 했던 사실이 적발돼 지난 5월 기관주의와 함께 직원들에게 제재가 내려졌다.
금융권의 성과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직원 간의 과당 경쟁을 유도함에 따라 결국 민원·분쟁 소지는 더욱 커진다.
올해 상반기 증권·선물업계에 제기된 민원·분쟁은 1,023건으로 작년 하반기(757건)보다 35% 늘어났다. 이 중 부당권유와 관련된 민원·분쟁은 194건이 발생해 작년 동기보다 113% 증가했다.
금감원은 실적경쟁 등으로 임직원의 윤리·준법 의식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이달 11일에는 증권·선물회사의 감사와 준법감시인 등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자체 감사와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주문을 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추가 조치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