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3ㆍ15 부정선거라 불린 사건은 또 하나 있었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사건이다. 홈페이지를 다운시켜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한다는, 상상을 초월한 발상이었다. 사건 주도자들은 감옥을 갔고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의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으로 이어졌다.
이 두 사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디도스 사건이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치려 했던 선거 ‘방해’사건이라면 통합진보당의 부정은 선거 결과 자체를 통째로 뒤바꾸려 했던 선거 ‘조작’이었다.
진보의 부정은 사건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당권파들이 원하는 대로 비례대표 후보들이 선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디도스는 ‘실패한 부정’으로 남았지만 진보의 부정은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로 남겨져 있다. 부정의 결과물을 성공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진보당 내부에서는 비례대표 사퇴 문제를 두고 여전히 계파와 세력들이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둘의 분명한 차이점은 사건에서 풍기는 감정의 종류다. 디도스 사건에서는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반대편을 해하는 비루함과 졸렬함이 느껴진다. 반면 진보의 부정은 이를 넘어 자기 계파의 이해를 위해 동지를 해쳤다는 점에서 오는 배신감이라는 감정이 더해진다.
더 나아가 진보의 부정은 ‘가치와 도덕의 우월성’을 자랑삼아온 진보 지지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줬다. 태산 같이 엄중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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