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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나라당 비대위 유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로 정식 출범한 지 일주일이 된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비대위의 모습은 "안돼~"를 외치던 KBS 개그콘서트 비대위와 사뭇 다르다. 회의할 때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지우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특히 외부 비대위원은 대부분 올해 총선 공천에 목 매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그들이 주장하는 '물갈이론'은 나름 진정성을 획득했다. 26세의 비대위원은 연일 한나라당의 낡은 관행에 쓴 소리를 날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대위가 삐끗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국회의원 연금 폐지다. 비대위는 전직 국회의원이 월 120만원을 받는 연금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죄를 저질러도, 한번만 의원을 해도 평생 연금을 받는 현실이 국민을 화나게 하는 건 맞다. 그렇다면 그 부조리함만 고치면 된다.

국회의원도 공직이다. 공직에 봉사한 사람들이 연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정도의 문제이고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고치면 된다.

정치권에 쏟아지는 매를 피하려고 원칙은 무시하고 지나치게 나간 '쇼' 같다는 느낌이다. 차라리 지난 연말 국회 상임위에서 기습 처리한 '청목회 법' 을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면 좋을 뻔했다. 기업과 이익단체 등의 국회의원 후원금을 허용한 청목회 법에 국민 대다수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기다 정작 중요한 민생 논의는 오히려 빠져버린 경우도 생겼다. 지난 연말 여야가 통과시킨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많은 불로 소득자들의 일하지 않고 벌어들인 소득은 문제 삼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30조원의 지하경제는 그대로 뒀으며 부모에게 기업을 물려받은 자식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고가의 미술품과 골동품, 종교단체는 이번에도 세금의 칼날을 피해갔다.

비대위가 등장한 후 한나라당은 시끄럽다. 기득권을 없애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건강한 소음'이라 할만하다. 문제는 소음조차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경우다. 올해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비대위원들은 무엇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잊기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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