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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결서 대화모드로] 군, 유사시 대응력 커졌지만 '감시체계 미군 의존' 한계 드러내

극한 대치 과정서 얻은 군사적 소득·교훈

전쟁상황 임하는 북한군 움직임 파악 가능해져

확성기 방송, 비대칭 전력 의외의 효과 확인도

北잠수함 작전 등 독자적 정보력 부족은 아쉬움


북한의 지뢰 도발로 야기된 남북의 극한대치 과정에서 군은 차분하면서도 확고한 의지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한 시한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피 말리는 나흘간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국면을 지내며 군은 유사시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소득을 얻었다.

반대로 교훈과 미비점도 적지 않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군은 전방의 경계 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5일 북측이 심어놓은 목함지뢰에 2명의 장병이 다리를 잃는 순간 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보여준 눈물겨운 투혼과 전투 의지는 감동을 안겨줬지만 북한군이 추진철책 바로 앞에서 지뢰를 매설하기까지 경계에 소홀했다는 점만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건 직후 대응은 더욱 논란거리다. 국방부와 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통수권자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안보 컨트롤타워가 작동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군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소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대북 심리전의 유용성 검증. 지뢰 사고가 북의 도발이었다는 점이 공표된 10일 이후 군이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생각 이상으로 효과를 보였다. '직접 적의 초소를 타격하지 고작 방송이냐'는 질책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대북 방송은 북측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고 결국 대화를 요청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해냈다. 항상 당하기만 했던 비대칭 전력 부문에서 우리 군이 처음으로 대북 우위를 확인했다는 점은 의외의 소득이다.

두 번째 소득은 북한군이 유사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파악했다는 점. 군사적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귀중한 소득을 건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48시간 이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겠다'라고 북한이 엄포를 놓으며 설정했던 최후통첩 시한인 22일 오후, 남북 고위급접촉이 전격적으로 열리면서도 대치가 계속되는 동안 북한군이 보인 동태는 크게 네 가지. 갱도에 은폐했던 포병전력이 지상으로 나오고 잠수함과 잠수정들의 대거 기지를 떠나 작전 상황에 들어갔다. 공기부양정을 통한 서해 도서 기습을 노렸으며 특수군단이 전방지역으로 배치됐다.



전쟁 상황에 임하는 적의 움직임을 미리 확인했다는 점은 앞으로 대응 전략을 세울 때 더없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이 같은 병력 전개와 장사정포와 방사포, 중장거리 미사일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작전 교리 개발 등에 힘쓴다면 유사시 대응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소득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는 점에 있다. 감시에서부터 대량 보복수단에 이르기까지 미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에 그대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던 '북한 잠수함 50여척의 작전 상태 돌입'을 확인한 수단은 미국의 정찰·감시 자산이었다. 대화냐, 전쟁이냐의 기로에서 북측의 선택을 강요한 수단도 대량 살상이 가능한 미국의 전략무기였다. 한국과 협의를 거쳐 한반도에 B-52, B-2 전략폭격기를 전개하고 핵잠수함도 배치한다는 미군의 움직임은 협상 막바지에 북측으로 하여금 선택을 강요할 만큼 확실한 압력 수단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은 한미동맹의 효용성을 극단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과 관계를 보다 공고히 쌓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독자적인 억제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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