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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스트 무바라크, 美 바람대로?

이집트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포스트 호스니 무바라크 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시위대는 무대에서 한 발 퇴장하고 정부와 야권이 협상 테이블을 마련, 본격적으로 정국 새 판짜기 국면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줄기차게 외친 무바라크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는 야권이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며 시들해지는 형국이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청년단체들과 야권의 최대 거물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여전히 조기퇴진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협상에 참여한 야권 인사들이 정부의 '점진적 권력 이양'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틈을 타 숨죽이고 있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개각 이후 처음으로 각료회의를 주재, 끝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속내를 다시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민주주의 건설을 위한 첫 조건으로 야권 단합을 끊임없이 충고했지만 야권 스스로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정국 개편의 열쇠를 되레 정부에 넘겨주고 있다. 현 이집트 상황은 미국이 희망한대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폭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위가 주춤하자 시위대와 30년 동맹 무바라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민주주의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무바라크의 임기 만료 퇴진이 보장된 질서 있고 준비된 민주주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은 독재정권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과격 반미 이슬람 세력의 득세는 막겠다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말끔하게 포장해 국제사회에 내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야권은 스스로 파열음을 내면서 무바라크와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의 의도에 화답하고 있다. AFP통신은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 논의에서 야권의 입지는 줄어들고 이집트 정부와 미국의 입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결말은 '시위대의 바람'이 아닌 '미국의 바람'대로 쓰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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