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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S그룹의 상생 역주행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소상공인과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해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의 골목상권 양보까지 유도하겠다고 결의했다. 재계가 거의 10년간 묵혀뒀던 전경련 이사회 결의 카드를 꺼낸 것은 한국 사회의 반(反)대기업 기류가 파도를 넘어 쓰나미 수준으로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대기업이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식의 포퓰리즘식 때리기는 현실을 왜곡하는 선동구호일 뿐 해결책이 결코 아니다. 작금의 양극화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분배의 새 판을 짜면서 800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한 결과물이다.

아울러 그동안 자동화에 따른 제조업의 고용능력 축소, 수출과 내수의 단절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다.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구매력 감소(내수침체)도 한몫 했다.

그렇다 해도 이기심에만 매몰된 일부 대기업의 약육강식(弱肉强食) 행태 역시 중소기업과 서민의 삶을 분명 어렵게 했다. 전경련이 상생을 얘기한 이날 기자는 LS그룹에 또 다른 골목상권인 자전거점포 사업에서 철수하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직영점에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하겠다"였다.



LS그룹 계열사인 LS네트웍스가 하려는 자전거 프랜차이즈 사업은 동네마다 있는 자전거 점포의 밥줄을 끊는 행위다. 어린이들이 가져온 자전거 펑크를 때워주고, 체인을 갈아주는 자전거가게 아저씨의 주름진 얼굴에 더욱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짓이다. 더 가관인 것은 LS그룹이 과거 비판이 있을 때마다 "전기 자전거 제조와 수출을 위해 14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변해왔다는 사실이다.

LS그룹의 역주행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민ㆍ업계ㆍ언론과의 소통이 막혀 있음이 분명하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사회공헌이) 신생그룹답게 남들과 다르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한다고 한다. 영세한 동네 자전거가게가 모두 문을 닫고 나서야 그 진정성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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