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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이스피싱 모르고 통장 제공, 배상 책임 없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아 통장을 제공했더라도 해당 통장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될 지 몰랐다면 통장 제공자에게 과실방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5일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이모씨가 “600만원을 돌려달라”며 사기범에게 통장을 제공한 김모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소송 상고심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성명불상자에게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교부할 당시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이를 양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사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11년 9월 검사라고 밝힌 한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계좌가 사기 사건에 이용돼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그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김씨 계좌로 600만원을 보냈다.



김씨 통장은 이씨를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에서 대포통장으로 활용됐고, 사기당한 사실을 뒤늦게 안 이씨는 김씨에게 6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범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통장을 제공해 범죄를 방조했다”며 이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금전적 대가를 얻었다는 증거가 없고, 통장이 범죄에 사용될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이씨에게 계좌에 남아있는 5,000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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