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극작가 하유상이 지난 1972년에 발표한 동명의 희곡이다. 1974년 신성일ㆍ윤정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이 작품을 임형택 연출이 경쾌한 음악과 춤을 가미해 21세기 관객 눈높이에 맞춘 음악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주인공은 아씨(할머니), 며느리, 딸 고만네, 영희와 숙희 등 3대에 걸친 여성들이다. 1946년 어느 여름 농악소리가 무대를 감싸며 작품은 시작된다. 충청도 시골 마을의 낡은 기와집은 해방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상흔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홀로 된 시어머니와 두 딸(숙희, 영희)을 데리고 사는 며느리는 전쟁에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되돌아온 것은 남편의 유서뿐. 더욱이 남편이 원주민 여자를 사이에 두고 일본군 장교와 다투다 사형됐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여성의 재가는 금지’라는 시대적 구습에 반기를 든 며느리는 남편의 유서를 가져온 고민수와 떠나 버린다. 그로부터 세월이 훌쩍 지나 1960년. 어머니가 떠난 후 영희도 할머니와 동생을 버리고 떠난다. 할머니로부터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던 숙희는 쥐약을 먹고 세상을 하직하고 숙희를 사랑하던 만득은 숙희와 영혼결혼식을 치른 후 숙희의 뒤를 따른다. 남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꽃상여에 그녀의 원혼을 실어 보내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작품은 ‘꽃상여’를 통해 한국의 유교적 의식과 근대화 과정에서 변화된 삶 사이의 충돌을 과감하게 그려내는 한편 여인들의 한과 슬픔, 설렘과 사랑, 고통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특히 양악과 국악 혼성 7인조 악단은 동요와 민요, 군가와 만주 가요를 버무려 색다른 극적 리듬감을 빚어내고 음악에 맞춰 배우들은 때로는 흥겨운 때로는 비통한 감정을 춤사위에 실어낸다. 임형택 연출은 “다양한 음악적ㆍ시각적 효과를 통해 원작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21세기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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