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미국 32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당시, 미국 전역에는 두려움이 짙은 안개처럼 내려 앉아 있었다. 두려움이야말로 대공황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였다. 4명 중 한 명이 실업자였고 200만 명이 노숙자였다. 그런 나라의 통치권을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 그것도 고작 한 달 전에 간신히 암살을 면한 사람이 쥐게 되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되고 처음 한 연설에서 그런 국민들의 염려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전략) 저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우리의 의지를 마비시키는, 이름도 이유도 근거도 없는 두려움만 극복하면 후퇴를 전진으로 뒤바꿀 수 있습니다."
2011년 12월 대구에서는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 언론의 보도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정부도 뒤늦게 일진회를 처벌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언론과 정부,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일부 소수 학생들의 문제가 대부분의 중고등학생이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련된 것처럼 비쳐졌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대응은 학부모들의 마음 속에서 학교생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만 키우는 잠재적 역기능으로 작동했다.
왜 우리는 이처럼 머리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가슴으로만 받아들여 훨씬 큰 두려움이나 공포로 키우는 것일까?
우리는 하루 종일 테러, 전쟁, 멸망을 경고하는 메시지에 시달린다. 뉴스는 끔찍한 일로 얼룩져 있다. 일상이 불안 그 자체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안전하다.
이 획기적인 책에서 댄 가드너는 우리가 어떻게 위험을 인식하는지 설명하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심리학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가드너는 위험 인식을 두뇌의 두 가지 즉각적인 반응(직감과 이성적 고찰)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아동성애자, 화학물질 오염, 자살폭탄 테러에 대한 우리의 과대망상증을 조명하고, 왜 우리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평범한 위험이야말로 심각한 위험인지를 설명한다.
심리학자, 경제학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드너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 뿐만 아니라, 우리의 판단이 기업인, 정치인, 사회운동가, 대중 매체 등 불합리한 두려움을 조장해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에게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도 밝힌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커다란 역설을 지적한다.
"왜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두려움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가?"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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