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문제를 놓고 최근 한 일러스트북 제작사와 소속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명 게임 러스트레이터까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건은 이 회사에서 노동착취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일러스트 한장 당 5만원이라는 헐값에 작업을 했고 이마저도 삭감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 특히 제작사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무료로 강사일을 했는데 학원의 수강생들 역시 수업이라는 이름 하에 사실상 제작사가 요구하는 근로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과거 이 학원의 수강생이었다.
문제가 제기되자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쏟아져 나왔다. 같은 제작사에서 근무했던 일러스트들은 야근에다 막차가 끊길 때까지 일하는게 대부분이고 월 1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50만원으로 소위 ‘반페이’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폭로했다. 특히 여럿이 협업한 작품인데도 대표의 서명만 들어간 채로 출판하는 것은 작품을 도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회사관계자는 8일 “회사도 손실을 보고 있고 테마북은 출판할 때마다 오히려 1,000만원씩 손해”라며 열악한 일러스트업계의 사정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어“그림을 돈 받고 팔 자신이 있는 작가분 계시냐, 네임벨류가 있는 작가의 그림은 엽서 등으로 판매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 있느냐”며 “솔직히 고료주장에 대해서 참 우습게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번 사태가 알려지자 이 회사에서 출간 예정인 일러스트북 표지를 그린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9일 계약을 파기한 뒤 저작권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온라인게임 ‘리니지2’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는 10일 인건비 착취, 인터넷 커뮤니티의 과도한 상업화, 제작사 대표의 소양을 문제 삼으며 해명과 대처를 촉구했다. 사건이 진행된 인터넷 카페는 국내 대표 일러스트 커뮤니티로, 문제가 된 제작사에서 운영을 맡은 뒤 급격히 상업화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작사측은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회사측은 인건비 착취문제는‘무지와 왜곡된 이상이 불러온 사고’였다며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인건비 장부를 게재했다. 커뮤니티에서도 물러날 것임을 밝혔다. 도용문제에 대해서는 거래처의 요구로 몇몇 일러스트레이터가 서명했지만 추후 회사 이름으로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사죄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회사내부 자료가 아닌 검증된 세무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당 카페에서는 ‘스스로 가치를 높여 고료를 높게 부르지 않으면 대우가 점점 더 나빠질 것’,‘현실적으로 타협하지 않기가 힘들다’등 일러스트 업계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