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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도 해외로 대피…" 일본인들 한국으로 몰린다
입력2011-03-20 15:16:02
수정
2011.03.20 15:16:02
최수문 기자
제한송전에 공항도 어두컴컴...
지난 19일 저녁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한 도착한 공항은 이미 일본을 탈출하려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두컴컴한 조명이었다. 전력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일본정부에서 조명을 줄인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거웠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은 한국 등 외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이 더 많았다. 특히 마스크를 단단히 채운 아이들과 함께 한 일본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후쿠시아 원전 사고상황이 길어지고 방사능 위험이 커지면서 자녀들이라도 해외로 대피시키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공항청사 내는 실내라 방사능 우려가 덜 한데도 그래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방사능 공포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계획정전으로 전력사정이 어려워지고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진 것도 다른 이유다.
다케시라고 소개한 한 일본여성은 “5세와 7세인 자녀들이 걱정이 돼 서울 지인의 집에서 잠시 머물려고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주위에서도 한국 행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데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나라보다 가깝고 한류의 영향 등으로 어느 정도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앞서 기자가 묵은 도쿄내 호텔에서 만난 한 직원도 “많은 친구들이 한국으로 떠났다”며 “함께 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그냥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 카운터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겨우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다른 항공사보다 유독 한국행 줄이 길었고 수속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안으로 들어왔지만 항공기의 출발도 쉽지 않았다. 원래 저녁 10시55분 출발 비행기였는데 다시 비행기안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안내방송은 공항내 운항항공기가 많아 출발이 늦어진다는 안내가 계속 나왔다. 이날 대한항공만 하네다에서 특별기를 3대 추가했다고 한다. 다른 국적항공사를 포함하면 하네다 공항이 초만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자가 탄 비행기는 자정이 다돼서야 공항을 출발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출발한 하네다공항을 비롯, 도쿄도내의 나리타공항, 인근의 시즈오카공항, 오사카공항 등이 모두 출국자로 붐볐다. 공항뿐만 아니라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는 오사카 등지의 항구까지 출국자들로 가득했다.
하네다를 출발한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도착한 것은 새벽 2시쯤 됐다. 이제야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도 잠시. 입국 수속대 앞에는 방사능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기자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실제 감지기를 보니 혹시나 하는 심정에 불안이 없지는 않았다.
폭 2m의 노란봉 2개 사이에서 3초 정도 있었는데 “이상 없습니다”라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의 말이 들렸다. 진짜 끝난 것이다.
기자는 방사능 확산위험으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일찍 일본을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내에는 남아있는 한국 교민, 기업인들도 많이 있다. 일부에서는 영향이 덜한 오사카로 이동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사정상 도쿄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좀 떨어진 가와사키시에서 현지 가공공장을 운영 중에 있는 박희석 요코하마 포스코 영업부장은 “물건을 기다리는 일본내 수요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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