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한국GM의 통상임금 결정과는 무관하게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과 달리 정기상여금에 '고정성(근로자에게 고정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지 여부)'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부분 파업을 벌인 르노삼성과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노사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노조의 반응과 여론의 향방 등이 변수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18일 "이번 임협이 순탄하지 않다고 해서 '법대로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먼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겠다"고 제안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한국GM과 현대차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이 다른 것은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에 '2달 동안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올 초 대법원은 통상임금과 관련, "규칙적으로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이거나 매달 일정 일수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만 금품을 지급하는 경우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정기상여금은 근무 일수 등 지급조건이 있어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반면 한국GM은 자사 근로자 5명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 지난 5월 "한국GM의 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소송은 통상임금을 반영한 3년간의 임금 소급분 지급에 관한 내용이어서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파기 환송됐지만 고정성이 인정된 만큼 한국GM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GM 관계자도 "기존 입장은 고법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것이었지만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만큼 판결과 상관없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단협을 좀 더 빨리 진행시키겠다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다만 고정성 판단과 상관없이 노조의 반발과 여론의 향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각각 23명, 2만7,000여명의 현대차·기아차 근로자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은 일러야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 선고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측이 법적 요건과 무관하게 전격적으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사측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의 임단협이 쉽게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노조가 상여금 외의 추가 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GM 생산 물량을 늘려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은 아직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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