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악성화는 저소득·고령층 등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고금리 생계형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한은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총액 738조원 중 생계비 마련 등을 위한 기타대출이 38.3%를 차지했다. 특히 제2금융권의 경우 기타대출 비중이 45.66%로 역대 최고치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DSR)이 240%로 상용근로자의 181%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가계부채 악성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주택담보대출 악성화도 심각해 2009년만 해도 50대 26.9%, 60대 이상 15.1%에 그쳤던 연령대별 대출 비중이 2014년에는 각각 31%와 19.7%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한가한 소리에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등 뒷북대책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면한 상황은 다급하다. 예금취급기관에 보험사와 카드사 등까지 합치면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이를 정도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는 매달 7조~8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과속(過速)'에 덧붙여 '악성화'라는 복합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서민 부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 18년 전 외환위기와 7년 전 금융위기 때처럼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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