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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장만이 중산층을 일으킬 수 있다

국민 절반이 스스로를 저소득층으로 여긴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우리 중산층의 위기를 말해주는 강한 경고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지난 1990년 75.4%에서 지난해 64%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자기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통계에 의한 객관적 수치와 주관적 체감의 괴리가 엄청나게 큰 것이다. 중산층이 줄어드는 것이 근본 문제이지만 실제 이상으로 스스로를 격하 또는 비하하는 중산층이 많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이는 중산층의 심리적 위축감과 그에 따른 계층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약화는 하우스푸어와 같은 신빈곤층이 늘어나는 최근의 추세와 일맥상통한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50.1%에 달했다. 소득통계상의 실제 저소득층(15.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결국 그만큼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이미 심리적으로는 저소득층으로 떨어졌음을 말해준다. 많은 중산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갖고 살아가기보다는 비관 속에서 처지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98%가 신분상승 기회가 갈수록 희박해진다고 이번 조사에 응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산층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적에 우리는 동감한다

중산층은 경제성장을 받쳐주는 버팀목이자 사회연대를 이어주는 허리다. 중산층이 얇아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각종 불안요소에 취약해짐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사라지고 계층 갈등을 치유할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더욱이 요즘같이 수출 활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중산층의 위축은 나라 경제의 나머지 기둥인 내수마저 무너뜨리는 최악의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중산층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길은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에 있다. 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나오는 국부의 파이가 커질 때 중산층은 삶의 비전과 의욕을 갖게 된다. 그렇지도 않은데 본말이 전도돼 각종 사회복지수당이나 늘리면 중산층 스스로에게 자기 비하의 초라한 인식을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대기업과 부자 때리기로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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