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 당시 국민임대지구로 지정됐다 이름을 바꾼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지구가 곳곳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강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외곽 보금자리주택은 대거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달초 분양된 수원 호매실지구 보금자리주택 2개 블록에 대한 청약 결과, 총 1,710가구 중 474명만 접수해 무려 72%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미분양으로 남았다.
호매실지구는 당초 참여정부 당시 국민임대지구로 지정됐다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이름을 바꾼 곳으로,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예정이라는 교통호재와 3.3㎡당 평균 분양가가 780만~794만원으로 저렴해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호매실지구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지구와 인접한 LG빌리지 전용 85㎡가 2억5,000만원 수준"이라며 "집값 하락으로 보금자리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광교ㆍ동탄2등 입지여건이 좋은 신도시 물량이 대거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공급물량이 많았던 지역"이라며 "공급 과잉도 미분양의 원인이 됐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민임대단지에서 보금자리지구로 전환된 다른 수도권 외곽 지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미분양을 기록해 선착순 일반분양 중인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물량은 의정부 민락2지구 728가구, 인천 서창2지구 212가구 등 1,000가구가 훌쩍 넘는다.
최근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곳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전예약 적격 당첨자 1,850명 중 절반이 청약을 포기했던 고양 원흥지구는 조만간 분양 공고를 새로 내고 청약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더욱이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 예정된 보금자리주택 물량은 1만2,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미분양 적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매제한과 거주기간 축소 등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 물량은 수요자들의 외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들이 곳곳에서 미분양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가장 큰 장점이었던 분양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대 7년까지 전매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 거주의무까지 있어 수요자들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서울 강남 주변 물량을 제외하고는 크게 저렴하다고 볼 수 없는 마당에 전매제한과 거주기간 등의 규제는 너무 강력한 측면이 있다"며 "주택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를 감수하면서 청약에 나설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