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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수도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이 '확정지분제' 암초에 걸렸다.
시공권 확보를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단 2개 업체만 참여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건설사들이 재건축 후 일반분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확정지분제 방식에 부담을 느껴 대부분 막판에 발을 뺐기 때문이다. 주공6단지는 물론 인근 주공2단지를 비롯, 수도권 일대 재건축 단지 상당수가 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진행된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다. 3곳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야 유효하지만 대우건설과 대림산업만 서류를 제출해 시공사 선정이 미뤄졌다.
당초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조합은 10대 대형 건설사만을 지명해 컨소시엄 구성 없이 단독 입찰하도록 했다. 지난 7일 실시된 현장설명회에 지명받은 10대 건설사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입찰에 응한 곳이 두 곳에 불과하자 조합 측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이 아파트의 구세봉 조합장은 "건설사들이 확정지분제 방식에 크게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면서 "조합원들과 논의를 거쳐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4곳의 과천 주공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빨랐던 6단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업추진 방식이다. 6단지는 확정지분제 방식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확정지분제는 조합원들이 사업 후 배당받는 주택규모를 확정한 뒤 이후 분양 등 모든 사업권한은 사업자가 가지는 방식이다. 조합원은 분담금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일반분양 책임도 시공사와 분담하게 된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의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주택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만 맡는 도급제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확정지분제 방식의 경우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지분율만큼 아파트를 배정하면 나중에 일반분양을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한다"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야 하는데 사업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단지 재건축조합 측이 제시한 3.3㎡당 분양가와 건설사들이 산출한 가격은 500만원이나 차이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도급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왕 내손나구역 재개발 사업은 같은 날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로 현대산업개발을 선정했다.
6단지의 시공사 선정 유찰은 과천 지역을 비롯해 서울 강동 고덕주공2단지, 안산 중앙주공1단지, 안양 호계주공아파트 주변지구 등 다른 재건축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 건설사들로서는 지분제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 수주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과 입지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지분제를 택한 곳은 시공사 선정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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