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후 한국GM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추가 소송을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산업계에서 '통상임금 소송대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삼성·현대자동차·LG 등 주요기업들은 지급주기와 상관없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한국GM 근로자들의 소송 움직임으로 가시화되면서 초긴장 상태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GM처럼 외국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한국 고용시장의 매력이 급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넘쳐나는 기업규제에 불만이 많았는데 외국계 기업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부추기는 암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댄 애커슨 GM 회장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면 90억달러를 한국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당장 한국GM이 소송전에 휘말릴 처지에 몰렸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근로자 외에 사무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관련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달 중순까지 소송에 참여할 근로자들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고등법원과 대법원 등에서 1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한국GM은 근로자들의 추가 소송 계획이 알려지면서 한국GM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소급분을 제외하더라도 한국GM이 연간 부담하게 될 추가 인건비는 3,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현대·기아자동차 역시 통상임금 대응 방안 마련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3년치 소급분을 아예 지급하지 않더라도 현행 임금체계를 개편 없이 그대로 가져갈 경우 연간 추가부담이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2년 기준 현대·기아차의 연간 급여 총액이 8조6,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5%에 가까운 인건비를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날려버려야 할 판이다.
더구나 대법원이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경영상 어려움' '기업의 존폐 위기' 등 명쾌하게 기준을 적시하지 않으면서 관련 소송이 줄 이을 경우 추가부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3월 이후 상여금과 귀향교통비·휴가비 등 6개 항목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노조와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싸움을 진행 중이다.
기아차 노조도 2011년 상여금을 제외한 휴가비 등 7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기아차 노조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까지 통상임금 산입 청구 대상에 넣는 방향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수조원의 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어느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신의칙 등 노사 합의를 존중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노조도 내년도 임단협에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상임금 판결 직후 산업계에 후폭풍이 불어닥치자 재계 단체도 앞장서서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회원사 150여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관련 긴급 비공개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대차를 비롯한 LG전자·두산중공업·신세계·제일모직·KT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경총 관계자는 "판결 의미와 파급효과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은 물론 향후 소송 대응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라며 "경총을 비롯한 재계 단체들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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