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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운찮은 뒷맛 남긴 '슈퍼주총데이'

국내 상장기업의 42%에 달하는 662곳의 주주총회가 21일 한꺼번에 열렸다. 이른바 '슈퍼주총데이'는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SK·LG·CJ·롯데·효성·현대중공업·한진·GS·한화·코오롱·KT 등 대기업과 그룹 계열사들이 주총을 통해 선임한 신규 사내외 이사의 면면을 보면 해당 기업은 물론 재계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기대했던 슈퍼주총데이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예고됐다고는 하지만 SK와 한화·CJ 등 주요 그룹 오너의 등기이사직 사퇴가 이번 주총을 통해 현실로 나타나자 책임경영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SK그룹은 최근 실형 선고를 받은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신시장·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한 'SK의 글로벌화'의 추진동력이 약해질 판이다. 한화그룹 역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공식사퇴해 신속한 경영판단과 결정이 어려워졌다. 국민정서를 감안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너가 공식 경영선상에 물러난 게 과연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진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법원, 경제부처와 국세청의 고위공직자 출신이 대거 사외이사직을 꿰찼다. 이들의 역할이란 뻔하다. 친정인 권력기관에 기대어 기업의 바람막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후배 공무원들이 이들을 보고 뭘 배울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온 힘을 짜내 규제개혁을 강력 추진하며 공무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는 뒷면에서는 사실상의 기득권 연장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공직 출신의 재계 진출은 기업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지만 자신들이 맡을 업무를 생각했다면 거절했어야 마땅하다. 털면 먼지 날 수 있는 기업과 고위공직자들의 야합은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로 일자리를 막는 것은 죄악'이라고 강조하는 마당에 반칙과 편법을 야기할 가능성이 짙은 고위공직자들의 민간기업행은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기관 낙하산도 모자라 대기업의 사내외 이사직까지 차지하려는 지도층의 행태를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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