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이 보였던 청야니(22ㆍ대만)의 기세가 베테랑의 집념에 꺾였다. ‘골프여제’ 계보를 이을 후보의 태풍을 잠재운 주인공은 ‘왕년의 1인자’ 캐리 웹(37ㆍ호주)이다. 웹은 27일 싱가포르 타나메라GC 가든코스(파72ㆍ6,54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40만달러)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웹은 2위 아리무라 치에(일본ㆍ12언더파)를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청야니는 3위(10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009년 3월 피닉스 LPGA 인터내셔널 제패 후 거의 2년 만에 거둔 개인 통산 37번째 우승. 한 시즌 7승을 거두는 등 세계 여자골프의 강자로 군림하다 2006년 5승 수확 이후 하향세가 완연했지만 2년 전 우승에 이어 다시 한번 존재감을 일깨웠다. 특히 최근 유럽투어 대회 2승과 지난주 미국 LPGA 투어 시즌 개막전에 이어 4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청야니의 파죽지세에 제동을 걸어 건재를 과시했다. 호주여자오픈과 ANZ레이디스마스터스 등 자신의 안방인 남반구에서 청야니에게 내리 우승컵을 내줬던 아픔도 설욕했다. 이날 경기는 신ㆍ구 1인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청야니는 2주 전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웹은 세계랭킹 도입(2006년) 이전인 1999년과 2000년 LPGA 투어의 상금랭킹 1위였다. 웹과 청야니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내달린 아리무라 치에(일본)에 각각 1타와 6타 뒤진 2위와 공동 3위로 출발했다. 웹은 10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아리무라와 이날 전반에만 4타를 줄인 청야니의 대결로 압축되는 것으로 보이던 상황에서 웹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11번홀(파3) 3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이 홀 보기를 범한 아리무라를 1타 차로 추격했고 12번(파4)ㆍ13번홀(파5)ㆍ14번홀(파3)까지 4연속 버디를 엮어내며 공동 선두가 된 뒤 14번홀에서 1타를 잃은 아리무라를 제치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1타 차로 쫓기던 16번홀(파4)에서는 아리무라와 청야니가 버디를 잡아내자 웹은 절묘한 어프로치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로 응수해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청야니는 비록 4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최종일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며 한국 군단의 위협적인 라이벌임을 재입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3타를 줄인 유선영(25ㆍ한국인삼공사)이 공동 3위(8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공동 3위로 출발했던 최나연(24ㆍSK텔레콤)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6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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