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건의 민자 고속도로 계약이 처음으로 폐지됐다. 지난 12년간 2조원이 넘는 세금이 민자업체의 수입 보전을 위해 지급되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계약 변경을 추진한 결과다. MRG 방식으로 계약된 나머지 8개 민자도로 가운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계약 변경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서수원~평택 민자고속도로 사업시행업체인 경기고속도로와 MRG 계약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변경실시협약을 체결한다고 21일 밝혔다. MRG는 민자도로와 철도의 실제 수입이 추정 수입보다 작으면 사전에 약정된 최소수입을 민간사업자에게 보장해주는 계약 방식을 말한다.
이번에 MRG 계약이 폐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민자업체의 자금조달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등 건설업체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재무투자자로 자금조달처를 변경하면서 조달금리가 기존 9%대에서 6%대로 감소했다"며 "금융비융이 감소하면서 MRG 계약을 폐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용이 줄면서 통행료는 더 낮출 수 있게 됐다. 오는 24일부터 동탄에서 북평택을 이용할 경우 통행료가 기존 3,100원에서 2,700원으로 400원 인하된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25년간 이용자의 통행료 절감액이 9,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MRG 폐지는 다른 민자도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MRG 방식으로 건설된 민자도로 9곳에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조1,32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세금이 투입된 곳은 인천공항고속도로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무려 9,648억원의 세금이 손실보전금으로 지급됐다. 전체 민자도로 MRG 보전금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지난해 통행료 수입비율이 42.4%에 그쳤지만 정부 보전금 비율이 57.6%에 달하는 등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MRG 완전 폐지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MRG 계약이 폐지된 서수원~평택 민자도로는 2009년 개통 이후 정부 보전금이 131억원에 불과했다. 또 통행료 수입비율이 74.4%에 달해 계약 변경이 쉬웠다. 하지만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매년 1,100억원 이상의 정부 보전금이 투입돼야 하는 등 통행료 수입비중이 낮아 리파이낸싱이 되더라도 비용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역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MRG 폐지가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늦어도 내년께 민자업체와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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