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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시간 콘서트로 첫 선
생활 속 소음도 음악으로 변주
●정구호·안성수의 '투 인 투'
14년전 초연작 재해석해 공연
형식 넘어 춤의 아름다움 집중
놀라운 발명은 예상치 못했던 것들간의 만남에서 탄생하곤 한다. 그 기발한 결합 능력이 바로 '창의력'이다. 예술에서도 뜻밖의 조우는 새로운 창조를 가져온다. 클래식과 팝·록·재즈, 심지어 소음까지 어우러져 자유로운 일탈의 공연을 만드는가 하면, 디자이너와 안무가가 협업한 무대에서 발레와 현대무용·탱고·플라멩코가 뒤섞여 의외의 조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격식과 자유가 손잡은 음악 = 1980년대 뉴욕 음악계는 격식을 갖춘 정통 클래식의 '업타운 음악'과 전위적인 예술을 표방하는 자유로운 '다운타운 음악'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었다. 예일대 출신의 젊은 작곡가 마이클 고든,데이빗 랭,줄리아 울프는 이 팽팽한 대립을 깨보고 싶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부한 클래식에다 록·재즈같은 다운타운 음악을 뒤섞었다. 1987년 뉴욕의 엑시트(Exit)아트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12시간짜리 마라톤 콘서트 '뱅온어캔(Bang on a can)'에는 존 케이지, 스티브 라이히 등 거장 작곡가를 비롯한 4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뱅온어캔'이라는 이름은 '한 무더기의 작곡가들이 앉아 깡통을 쾅쾅 두들기는 것' 같다는 표현에서 따 왔다. 발칙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공연은 뉴욕의 연례행사가 됐고, 연간 예산 수백만불 짜리의 음악사업으로 성장했다. 길거리밴드인 '아스팔트 오케스트라', 신진작곡가 육성의 '써머뮤직페스티벌', 관객의 기부로 젊은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는 '피플 커미셔닝 펀드'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첫 내한공연이 '뱅온어캔 올스타'라는 제목으로 오는 4월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형적인 클래식 앙상블에 피아노·첼로·베이스·퍼커션·기타·클라리넷으로 확장해 연주를 선보이며, 음악은 물론 깡통따는 소리, 칼가는 소리 등 일상 속 사소한 소리가 음악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만날 수 있다. (02)2005-0114
◇디자이너와 안무가가 만난 춤판=디자이너 정구호와 무용가 겸 안무가 안성수가 손잡고 만든 공연 '투인투(Two in Two)'가 6일과 7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안성수와 정구호는 1993년 뉴욕에서 패션쇼 손님과 공연의 관객으로 처음 만났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2000년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를 위해 현대발레 작품으로 '초현(超現)'을 처음 선보였고, 14년 만에 이를 재해석해 무대에 다시 올린다. 연출·무대미술·의상은 정구호가, 안무·무대구성·연습은 안성수가 맡았다. 발레와 현대무용을 탱고와 플라멩코를 테마로 보여주는, 딱히 장르를 규정하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되는 신개념 공연이다. 흑과 백, 여자와 남자, 탱고와 플라멩코를 대비시켜 총 1막7장이 펼쳐지며 형식을 초월해 '춤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만든다. 초연 당시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에 2인무를 펼쳤던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사상 최초로 객원 주역무용수가 됐고, 김지영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가 됐다. 이들이 함께 공연하는 것도 14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무용가 김보람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장경민이 합세해 김지영과 김보람은 플라멩코를, 김주원과 장경민은 탱고를 주제로 발레와 현대무용을 넘나든다. (02)5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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