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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재정절벽, 미국 경제회복 발목잡을 대형악재로 떠올라


정치권 채무한도 증액 합의 실패땐 내년부터 고강도 긴축정책 불가피
정부지출 매년 1,200억달러 줄여야 세감면 혜택도 끝나 국민부담 가중
GDP 3.7% 달하는 유동성 증발… 마이너스 성장·리세션 빠질 수도
FRB 충격 최소화 노력 압박 속 세감면 연장등유예조치 가능성도


미국에서 내년 급격한 정부지출 축소와 각종 세제감면 혜택 종료에 따른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대형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말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해 내년 고강도의 긴축이 실시될 경우 '정부지출 축소→가계 소비 위축→기업 투자 축소→가계 소득 감소'의 연쇄적인 악순환을 일으켜 '쓰나미'수준의 경제적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반면, 일부에서는 미 정치권이 전폭적인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잠정적인 유예조치들을 취할 수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FRB)도 경기둔화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정 절벽'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미 정부지출 6,070억 달러 감소"= 재정 절벽은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제적인 쇼크를 의미한다. 미 정치권은 지난해 정부 채무한도를 증액하면서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무조건 내년부터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정부지출을 축소키로 했다. 이에 따른 내년 국방비와 사회보장비의 지출 감소 규모는 760억달러에 달한다.

이와함께 올 연말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만료된다. 부시 감세안과 상속ㆍ증여세 감면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210억 달러 더 늘어난다. 여기에 지난 2월 연장한 급여세율 2% 포인트 감면도 끝나게 되면 950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밖에 실업급여 혜택 연장도 종료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최근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의회가 12월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내년부터 재정지출 삭감과 세제감면 혜택 종료가 동시에 이뤄지게 되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6,070억달러(국내총생산의 4%)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같은 조치들이 현행처럼 유지될 경우 2013년 상반기 미국 경제는 5.3% 성장하겠지만, 반대로 미 의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각종 혜택이 일시에 종료되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1.3%로 떨어지고, 하반기에는 2.3%에 그쳐, 연간 성장률도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이 발생하면 GDP의 3.7%에 해당하는 유동성이 시중에서 사라지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절벽이 미국 경제를 리세션(recession)에 빠트릴 것이라는 경고다.

◇미 여야 임시방편으로 넘길 수도= 재정절벽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 정치권은 벌써부터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연말로 다가온 또 한번의 채무한도 증액과 관련,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는다면 부채한도 늘릴 수 없다고 공언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논의도 6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공화당의 입장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대립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했던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대선까지는 민주ㆍ공화 양당 모두 첨예한 정치적 대립을 할 수밖에 없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미 의회는 대선 이후 연말까지 단 6주만에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촉박한 시일에 쫓겨 임시방편으로 몇 달간 세제감면을 연장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피터 데이비드 데이비드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밝혔다. "지난 2월처럼 내 돈이 또다시 12월의 임시연장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재정적자도 일괄연장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73%에 달한다. 의회예산국은 2022년 부채비율이 9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RB 잇따른 경고=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재정절벽에 대해 연이어 경고를 보내고 있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정절벽의 규모가 워낙 커) FRB로서는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의회가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밝혔다.

오는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약속한 FRB로서는 재정절벽에 따른 경기위축을 감당하기는 벅찰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 FRB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설사 FRB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재정절벽에 따른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더라도, 내부적인 반대를 넘어야 한다. FRB 이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화정책이 마치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절벽으로 인해 미국 경기가 리세션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면 FRB는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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