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상도동에 지난 1일 개교한 상현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혁신학교로 지정된 최초 사례다. 재개발로 새로 입주하게 된 아파트 1,826세대 중 75%에 달하는 1,365세대가 혁신학교 지정에 찬성했다.
혁신학교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혁신학교 지정 민원이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구로구 1건, 동작구 1,365건, 서초구 3건, 양천구 2건 등으로 늘어났다. 이는 어디까지나 서류를 갖춰 요청한 공식 민원으로 전화로 혁신학교 지정을 요구하거나 혁신학교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는 훨씬 많다.
오성환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사는 "서초 보금자리지구에 신설 예정인 형촌초등학교(가칭)와 내년에 서초동에서 우면지구로 이전하는 영동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민원 전화가 하루에만 15여통씩 걸려온다"고 전했다.
혁신학교란 일률적 공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한 새로운 공교육 모델로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 통합, 창의적 재량 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혁신학교가 인기를 얻는 데는 최근 심각한 왕따나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여섯살배기 자녀를 둔 송광수(38ㆍ서초지구 입주 예정자)씨도 형촌초 혁신학교 지정을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 송씨는"한 반에 학생 수도 적고 수업도 협동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다"며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도 비교적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입주자 카페에서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을 찬성하는 분위기라 집단 청원도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혁신학교의 인기는 어디까지나 대학 입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라는 점이다. 실제로 혁신학교 지정 요청 민원은 대부분이 초등학교다. 이미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총 61개의 학교 중 절반인 31곳이 모두 초등학교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권수진(41)씨는 2년 전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려다 주변의 만류로 일반 학교에 보낸 경우다. 권씨는 "외고 같은 데를 목표로 한다면 중학교 때부터 내신 경쟁이 치열한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혁신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성적 경쟁을 하게 되면 적응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주변에도 혁신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이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들 가까운 일반 학교로의 전학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 교수는 "현재 초등학교에 집중된 혁신학교가 입시 문제가 얽힌 중ㆍ고등학교까지 확장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와는 또 다른 중ㆍ고교만의 새로운 모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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