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브라질을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리자 다른 신흥국들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으로 추락하면 자금이 유출되면서 실물경제가 더욱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 피치는 터키와 남아공 등 일부 신흥국에 등급이 내려갈 요인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다음주에 피치가 터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는 현재 무디스(Baa3)와 피치(BBB-)로부터 간신히 투자적격 등급을 받고 있으며 한 단계만 내려가면 투기등급이 된다. 이미 S&P는 터기를 투기등급 BB+으로 분류해 놨다.
일부 펀드는 세계 3대 주요 신용평가기관 중 두 곳 이상에서 투자 적격등급을 받은 국가에만 투자한다. 따라서 터기의 경우 무디스나 피치에 의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타격이 크다.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주식,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된다. 자금조달에 성공하더라도 비용이 상당히 높아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터키의 경상 외환수입 대비 순대외부채 비중이 작년 말 기준 108%로, 적정 수준을 초과했다. 이는 브라질의 103%보다 높다. 또 이 나라는 오는 11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동부 지역에서는 쿠르드 반군과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남아공은 S&P로부터 투기등급 바로 위인 BBB-를 받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로부터는 두 단계 위인 Baa2와 BBB 등급을 부여받은 상태다.
광산업이 주력 산업인 남아공은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36.5%나 되기 때문에 중국 성장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채무가 2004∼2008년 평균 29.8%에서 지난해 45.9%로 급상승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들은 자체 문제에 중국발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더해지면서 신용등급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피치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바레인, 이라크 등도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최근에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미 올해 초 두 차례나 강등되며 투기 등급으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서방의 경제 제재와 저유가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현재 정치, 경제 구조에서는 난국을 타개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라 정부 지출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치로부터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내년에 배럴 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3개국과 멕시코, 콜롬비아, 이스라엘 등도 ‘요주의’ 명단에 들어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의 수요 둔화로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아예 투자비중을 축소해야 할 국가로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러시아를 제시했다.
소시에테 제네랄(SG)은 브라질의 신용등급이 2개월 안에 추가로 강등될 것으로 전망했다.
S&P도 브라질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정치 불안이 심해지고 정부의 경제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 신흥국 상당수는 이미 올해 들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곧바로 경제를 강타하면서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 남미 국가들과 나이지리아, 잠비아, 앙골라, 가나,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일본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경제 성장 부진 등의 문제로 지난 4월 한 단계 강등됐다.
코메르츠방크는 AA-로 등급이 높은 중국마저도 높은 국가채무 비율을 감안할 때 국가평가기관의 관찰 대상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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