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민심수습…천주교 신자 달래기=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우선 6·4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 이후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선거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치러져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다. 이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치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또 그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될 소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통합과 화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이념·세대·지역 간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교황께서 상당히 바쁜 일정을 갖고 계신 줄은 잘 알지만 꼭 방한해주셨으면 한다"며 "한국의 갈등 치유에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12년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천주교 달래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대선개입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거론했다. 이를 두고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해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해야 하지만 교리서는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개입을 금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방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일 대박' 이슈 재점화=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미사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경축사절단을 파견해 친서를 전달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교황의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이 주된 대화주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대화가 이뤄지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이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지난달 경제혁신3개년계획 담화문에서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꾸준히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려왔다.
역대 교황들 역시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2009년 이 전 대통령과 만나 "현재 북한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겠으나 식량난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위해 가톨릭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해 3월31일 취임 후 맞은 첫 부활절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며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말했다.
1월13일 주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행한 신년 연설에서도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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