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규모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선진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150여개에 달하는 신흥ㆍ개도국의 구매력평가기준(PPP)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처음으로 34개 선진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구매력평가기준 GDP란 각국 통화단위로 산출된 GDP를 단순히 달러로 환산한 명목 GDP와 달리 각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실질소득과 생활수준까지 짚어볼 수 있는 지표다.
IMF 집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ㆍ일본ㆍ영국ㆍ한국 등 선진 34개 국가 및 지역의 구매력평가기준 GDP는 지난해 총 40조3,000억달러에 달해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ㆍ개도국 150여개국의 합계인 38조5,9000억달러를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이 격차는 올해 1,000억달러로 바짝 좁혀지고 내년에는 신흥ㆍ개도국이 44조3,860억달러를 기록해 선진국의 42조8,600억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 신흥ㆍ개도국 간 격차는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조달러에 달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타격을 받은 반면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약진하면서 차이를 바짝 좁힌 것으로 분석된다. 1991년 유로존 출범 당시 전세계 구매력평가기준 GDP의 21%를 차지하던 유로존은 오는 2013년 13%로 비중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신흥국 대표주자인 중국은 1980년의 2%에서 2013년에는 15%까지 지분을 넓힐 것으로 전망됐다.
신문은 "과거 선진경제권으로 쏠렸던 부가 점차 다수의 신흥ㆍ개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는 조만간 세계 소비시장에서 신흥ㆍ개도국이 선진국보다 더 높은 흡입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각국의 절대 경제규모인 명목 GDP는 여전히 선진국이 신흥ㆍ개도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신문은 생필품 가격이 저렴한 신흥ㆍ개도국의 경우 구매력 기준의 GDP가 높게 나오지만 명목 GDP 기준으로는 올해 신흥ㆍ개도국의 경제규모 합계가 27조달러에 불과해 선진국의 6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34개에 그치는 반면 신흥ㆍ개도국에는 150여개국이 포함돼 단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별로는 지난해 미국의 구매력평가기준 GDP가 15조1,000억달러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1인당 GDP도 선진국이 신흥ㆍ개도국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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