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소치 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김연아의 2연패다."
'피겨여왕' 김연아(24)의 두 번째 대관식은 우리 국민만의 바람은 아닌 것 같다. 소치 올림픽 미국 주관방송사인 NBC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피겨퀸 김연아가 다시 한 번 왕관을 쓰며 26년 만에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까. 20일과 21일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침내 여왕의 시간이 다가왔다. 김연아는 20일 0시부터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시작되는 소치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로 은퇴하는 김연아의 마지막 쇼트 연기다. 메달이 결정되는 프리 스케이팅은 21일 0시부터.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28.56점의 역대 최고점으로 우승한 김연아는 2연패를 달성하면 1988년 카타리나 비트(당시 동독) 이후 26년 만이자 소냐 헤니(노르웨이), 비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2연패 역사를 쓰게 된다.
김연아가 정상급 선수들과 한 무대에서 금메달을 다투기는 지난해 3월 캐나다런던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11개월 만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대회와 지난달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각각 204.49점과 227.86점을 기록하며 2연패 준비를 마쳤다. 17일 현재 베팅 사이트 'bwin'에 올라온 김연아의 우승 배당률을 1.1배로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와 같다. 1만원을 걸어 적중하면 2만1,000원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16세 신예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김연아가 의식하는 것은 자신뿐인 듯하다. 김연아는 "그는 막 시니어에 데뷔한 신인이고 나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처지다. 올림픽의 의미가 다르다"고 말해왔다. 관심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선보였던 '007 제임스 본드'의 짜릿함을 다시 한 번 선물할 지다.
당시의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김연아의 역대 쇼트 가운데 가장 강렬했다. 김연아 개인을 넘어 역대를 봐도 피겨 여자 싱글 쇼트 가운데 최고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클래식이나 뮤지컬·오페라 곡 등 '점잖은' 음악이 중심이던 아이스링크에 첩보원 제임스 본드를 불러온 것 자체가 파격이었고 손으로 권총을 만들어 쏘는 등의 톡톡 튀는 안무는 평단과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영민함과 김연아만의 표현력이 만나 피겨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점수도 좋았다. 김연아는 2009-2010시즌 실전에서 다섯 차례 '본드걸'을 연기했는데 세 차례나 76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첫 무대는 2009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에릭 봉파르 대회였는데 76.08점을 찍었고 한 달 뒤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벌어진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76.28점으로 신기록을 작성했다. 여자 싱글 쇼트 신기록은 3개월 만에 깨졌다. 김연아 자신이 밴쿠버 올림픽에서 78.50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4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흘러나올 쇼트 음악은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삽입곡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다. 노란색 의상으로 봄을 불러올 김연아가 마지막 무대에서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관건은 첫 점프와 더블 악셀이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연속 3회전 점프는 10.10점으로 기본점이 가장 높은 과제이고 더블 악셀(기본점 3.63점)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마지막 점프다. 더블 악셀은 김연아에게 어려운 점프는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자그레브 대회와 지난달 종합선수권에서 실수가 나왔던 점프다. 자그레브에서는 쇼트에서 착지 때 얼음을 손으로 짚었고 종합선수권에서는 프리 때 1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가 있었다. 김연아는 "평소 나가던 것처럼 경기에 출전한다는 기분일 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매번 모든 경기를 열심히 한 만큼 평소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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