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 교육이 사실상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술 교과서조차 발행되지 않은 가운데 각 고교도 논술 교육에는 손을 놓고 있어 공교육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을 입시에서 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2016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논술 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서울 21개 대학 등 모두 29개 학교에 달한다. 특히 서울권 15개 주요 대학 중 서울대를 제외한 14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정부가 논술고사를 가급적 실시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면서 중하위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 서울 주요 대학은 2016학년도 수시 모집의 4분의1에 달하는 27.9%(8,545명)를 논술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 14개 대학의 수시모집에서 차지하는 논술비중은 평균 25%에 달하고 40%가 넘는 대학도 있다.
문제는 논술 교육은 대부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술은 2000년대 이후 보편화된 대학입시 형태이지만 국내에는 논술 교과서조차 없는 상태다. 논술 교과는 현 교육과정인 '2009 교육과정'에서 선택 과목으로 포함되면서 지난해부터 각 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없이 교수 학습자료를 내는 데 그쳐 공교육을 통한 논술 교육은 대다수 고교에서 외면받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특목고 등 논술전형 응시자가 많은 학교에서조차 '방과후학교'를 활용해 학원 강사 등 외부 강사를 초청해 논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 주요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하면서 지방 중소 도시 수험생들은 논술을 배울 사교육 기관조차 찾지 못해 서울 원정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논술은 일대일 첨삭지도 등 꾸준한 교육이 필요해 사교육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며 "논술을 사교육의 몫으로 방치하면서 일반고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서울 주요 대학 입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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