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첫 합동 TV 토론회에서 자율형사립고의 존폐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 조희연 후보는 "일반고가 황폐돼 있는 상태인데 자사고 문제의 전면적인 전환이 없는 한 일반고 전성시대는 열 수 없다"며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가 진행되는데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건실하게 운영되는 자사고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 조 후보는 "일반고의 연간 수업료가 150만원인 데 반해 자사고는 800만원이고 일부는 1,000만원에 달한다"며 "자사고는 부유층 학생들을 위한 입시 명문고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용린 후보는 자사고 폐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문 후보는 "25개 자사고가 평가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다시 해보겠다는 학교의 강한 의지가 있으면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평가를 5년 단위로 하는데) 5년의 가능성을 보고 사학의 의견을 존중해 자사고 연장 문제를 고려하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고승덕 후보는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고 후보는 "조 후보는 자사고의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무조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문 후보도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평가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존치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교육은 교육대로 접근해야 하는데 진영논리에 따른 결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상면 후보도 "특목고와 자사고는 원래 목적대로 하는 게 맞다"며 "자사고 존치는 흑백논리로 할 게 아니라 시장경제 사정에 따라 잘하는 학교는 잘하도록 지원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반학교로 전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후보들 간 꼴사나운 비방도 이어졌다. 고 후보는 "선거 때만 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선거가 끝나면 사과한다"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문 후보는 "조 후보는 여러 정책에 있어 전교조와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이념을 강제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이념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문 후보가 철 지난 색깔론을 준비해왔다"고 비판했다.
고 후보를 향한 비방도 이어졌다. 조 후보는 "(사람들이) 고 후보는 BBK 변호사나 철새 정치인이 아니냐고 한다"고 말했고 문 후보도 "히딩크가 아무리 잘나도 야구 감독을 할 수 없다. 판사·펀드매니저·국회의원이었는데 어떻게 교육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고 후보는 "이런 근거 없는 비방을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며 "청소년 지도와 경제·금융·진로·공부방법 등 다양하게 활동해온 사람이 교육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문 후보가) 건강이 안 좋으셔서 시 의회와 여러 문제를 못 푼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답할 필요가 없다"며 "제 건강은 좋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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