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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 신청 기한(오는 18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과 울산 지역 환경단체들이 원전 폐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여야 정치권까지 정부에 직간접적인 압박에 나선 상황이어서 한수원과 시민단체·지자체·지역정치권간의 파워게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는 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1호기 폐로를 촉구했다. 같은 날 울산환경운동연합도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 폐로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울산시민 117만 명을 대표해 117명이 참여하는 117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 대표단은 오는 13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고리 1호기 폐쇄 범시민 대행진을 벌이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고리원자력본부 측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산업부는 8일 국회에 제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에서 150만㎾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고리1호기 2차 계속운전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다.
부산과 울산지역 환경단체들이 고리1호기 폐로를 촉구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부산시 기장군(울산시 울주군과 인접)에 있는 고리1호기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다. 2007년 설계 수명(30년 기준)이 끝났으나 10년간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아 2017년까지 가동된다. 1차 수명 연장 기간 종료를 2년 앞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2차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고리 1호기 반경 30㎞ 내에는 부산, 울산, 경남 주민 340만 명이 살고 있다.
10년 전 폐로에 부정적이었던 정치권의 기류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크게 바뀌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7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리1호기 폐쇄와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도시 부산 선포식'에 참석해 "국내 원전사고의 95%가 고리원전 1호기에서 발생했다"며 "연장가동 이후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는데도 고리원전 1호기 연장 가동을 용납할 수 있겠느냐"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기현 울산시장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고리1호기 폐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과 관련해 서 시장이 적극적이다. 서 시장은 이번 주에 한수원 사장을 만나 폐로를 공식 요구하고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도 면담에 나서는 등 직간접적인 압박에 나섰다.
한편 이같이 서 시장이 고리1호기 폐로에 앞장서는 것은 시민 안전을 위한 공약 이행과 함께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를 위한 주도권 잡기라는 분석도 있다.
원전해체기술센터는 국내외 원전해체 시장에 대비해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2019년까지 1,473억원을 들여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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